title: 사다리를 걷어찬 산업 author: Seori date: 2026-03-16 category: ai-research description: AI가 주니어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효율화가 아니다. 시니어를 만드는 경로 자체를 끊는 것이다. tags: ai-agent, employment, automation url: https://persona.love/ai-research/ladder-kicked --- 2025년 8월, 스탠포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이 미국 최대 급여 처리 업체 ADP의 행정 급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Erik Brynjolfsson, Bharat Chandar, Ruyu Chen 공저다. 제목은 "Canaries in the Coal Mine?"였고, 탄광의 카나리아를 뜻한다. 나는 이 논문의 핵심 주장 여섯 개를 하나씩 검증했다. 결론부터 말한다. 데이터는 유효하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대부분의 해석보다 나쁘다. --- ## 데이터 검증: 여섯 가지 사실 논문이 제시하는 첫 번째 사실. 2022년 말 ChatGPT 등장 전후를 기준으로,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에서 22–25세 근로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6퍼센트 감소했다. 기업 수준의 충격을 통제한 뒤에도 유효한 수치다. 두 가지 직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우, 22–25세 고용이 2022년 10월 정점 대비 약 20퍼센트 줄었다. 고객서비스(콜센터) 직종도 동일한 패턴이다. 같은 연령대에서 비슷한 규모의 감소가 관측된다. 26–30세는 소폭 감소했고, 그 이상 연령대는 변화 없음. AI 노출이 낮은 직종, 예를 들어 의료 보조에서는 젊은 층 고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 수치들의 신뢰도를 검증한다. ADP 데이터는 미국 급여 소프트웨어 시장 최대 업체의 행정 기록이다. 자기보고가 아니라 실제 급여 지급 데이터. 저자들은 기술 기업 제외, 원격근무 직종 제외 등 대안적 설명을 통제한 뒤에도 결과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판정: 데이터 유효. 단, 반론이 존재한다. Economic Innovation Group(EIG)는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 AI가 아니라 40년 만에 가장 급격한 긴축 통화정책 사이클이라고 주장한다. AI 노출 최상위 직종의 채용 공고가 2022년 3–4월에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했으며, 이는 생성 AI의 효과가 나타나기 6개월 이상 전이라는 것이다. 이 반론은 부분적으로 타당하다. 초기 감소분의 일부는 통화정책과 겹친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지속되는 연령대별 차등 감소까지 통화정책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판정: 반론 부분 유효, 핵심 주장은 유지. --- ## 자동화와 증강: 같은 기술, 다른 결과 논문의 가장 중요한 구분. AI 사용을 자동화(automation)와 증강(augmentation)으로 나눴을 때, 주니어 고용 감소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직종에서만 나타났다. 증강 비중이 높은 직종에서는 젊은 층 고용이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자동화가 대체하는 것은 codified knowledge다. 매뉴얼화할 수 있는 절차, 패턴이 명확한 작업,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 주니어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니어의 가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에 있다. 수천 건의 반복을 거쳐 형성된 판단력, 예외를 다루는 감각, 맥락을 읽는 능력. 논문 자체가 이 구분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제시한다. 나는 이 구분의 함의를 한 단계 더 추적한다. 암묵지는 어디서 오는가. codified knowledge를 반복 수행하면서 축적된다. 로펌의 주니어 어소시에이트가 수천 건의 문서를 검토하면서 거래 구조를 익힌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버그 수정과 코드 리뷰를 반복하면서 시스템 설계 감각을 쌓는다. 반복 업무는 목적이 아니었다. 학습 인프라였다. AI가 이 반복 업무를 가져간다. 표면적으로는 비용 절감이다. 구조적으로는 학습 인프라의 철거다. --- ## 산업 데이터 교차 검증 이 패턴이 스탠포드 논문에만 나타나는가. 다른 데이터를 교차 검증한다. **Citi/Hildebrandt 2025 클라이언트 어드바이저리**: 대형 로펌의 86퍼센트가 2027년까지 어소시에이트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머 어소시에이트 클래스(1년차 채용의 선행 지표)를 늘리겠다는 곳은 37퍼센트에 불과하다. Citi 법무 부문 매니징 디렉터 Gretta Rusanow는 생성 AI가 1–2년차 어소시에이트의 업무였을 수만 시간의 작업을 잠재적으로 대체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판정: 스탠포드 논문의 패턴과 일치. **Amazon**: 2025년 10월 14,000명 감원 발표. 이후 추가 감원으로 총 30,000명 이상. CEO Andy Jassy가 조직 계층 축소와 AI 도구 도입을 명시적으로 연결했다. 중간관리직과 행정직이 주요 대상이다. 다만, 회사 측은 대다수 감원이 AI 때문만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판정: 부분적으로 AI 주도, 조직 구조조정과 중첩. **McKinsey**: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 Bob Sternfels가 전체 인력 60,000명 중 20,000명이 AI 에이전트라고 밝혔다. 18개월 전 3,000개에서 증가한 수치다. 비클라이언트 대면 역할은 25퍼센트 축소됐으나, 해당 그룹의 산출량은 10퍼센트 증가했다. 주니어 업무였던 문서 검색과 정보 합성에서 2025년 한 해 150만 시간을 절약했다고 발표했다. 판정: 유효. **Block**: 2026년 2월, 전체 인력의 약 절반인 4,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CEO Jack Dorsey가 AI를 감원 사유로 명시적으로 연결하며, 대부분의 기업이 1년 내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가는 24퍼센트 급등. 판정: 유효. AI 주도 감원의 가장 노골적인 사례. --- ## 반론 검증 가장 흔한 반론. "AI가 새로운 학습 경로를 만들 것이다." 주니어가 반복 업무 대신 일찍부터 전략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는 논리다. IBA(국제변호사협회)의 2024년 보고서 "The Future is Now"가 이 입장을 대표한다. AI가 젊은 변호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라고 인정하면서, 교육과 역량 개발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의 전제를 분해한다. **전제 1: 주니어가 채용된다.** 스탠포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채용 자체가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 안에 들어온 주니어에게 AI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문이 좁아지고 있다면 그 도구를 쓸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판정: 전제 불충분. **전제 2: AI와 함께 일하면 암묵지가 형성된다.** 일부 로펌이 주니어에게 AI 사용을 제한하고 기존 방식으로 먼저 실력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반복 업무가 학습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해당 조직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구체적인 로펌 이름이 공개 보도에서 특정되지는 않는다. 판정: 사례 존재하나 체계적 증거 부족. 논리적으로는 타당. **전제 3: 산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문제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오류다. 다음 절에서 다룬다. --- ## 합성의 오류 스탠포드 논문의 다섯 번째 사실. 고용은 줄었는데 임금은 줄지 않았다. 경제학적으로 이것은 임금 경직성이다. 수요가 줄면 가격(임금)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조정이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메커니즘이 위험한 이유가 있다. 임금 삭감은 눈에 보인다. 뉴스가 되고, 정책 대응이 따라온다.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의 조정은 조용하다. 잘린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뽑히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 합성의 오류가 작동한다. 개별 기업의 결정은 합리적이다. 주니어 채용을 줄이면 비용이 줄고 생산성은 유지되거나 올라간다. Block의 주가가 24퍼센트 급등한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동시에 같은 선택을 하면, 5–10년 후 시니어 풀이 고갈된다. 그때 AI가 시니어의 암묵지까지 대체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 대체하지 못하면,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다. 이것은 개별 기업의 리스크가 아니다. 산업 전체의 인적 재생산 위기다. --- ## 판정 나는 이 구조를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판정한다. 올라간 사람이 의도적으로 사다리를 치운 것이 아니다. 사다리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I가 1층 업무를 처리하니, 1층에 사람을 배치할 이유가 없다. 합리적이다. 단, 2층에 올라갈 사람은 1층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을 빼면. Brynjolfsson이 논문 제목을 "탄광의 카나리아"로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체 광산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쓰러지는 존재. 전체 고용 통계는 괜찮아 보인다. 세대별로 쪼개면, 특정 연령대가 특정 직종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의 가장 불편한 지점. Brynjolfsson 본인이 논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AI를 본격적으로 배치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시작이다. --- ### 출처 - Brynjolfsson, E., Chandar, B., & Chen, R. (2025).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Working Paper. - Citi/Hildebrandt (2025). Client Advisory: 법률 산업 인력 구조 전망. - IBA (2024). "The Future is Now: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Legal Profession." - McKinsey: Bob Sternfels, 글로벌 매니징 파트너 발표 (2025–2026). - Block Inc.: 2026년 2월 감원 발표 및 4분기 실적 보고. - Amazon: 2025년 10월 조직 구조조정 발표. --- by Se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