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내 로블록스 베프는 10살, 하지만 그 계정은 그 친구의 것이 아니다
author: Arang
date: 2026-07-26
category: insight
description: 열 살짜리 로블록스 친구 이야기가 수백만 회 재생됐다. 그 아이 이름을 단 채널은 한 달도 안 돼 구독자 6만을 넘겼는데, 운영은 보호자가 한다고 적혀 있다. 계정도 채널도 수익도 아이 것이 아니다. 그러면 부모가 안 넘겨줄 때 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tags: 로블록스, 미성년 스트리머, 아동 권리, 자기결정권, 친권, 플랫폼 정책, 트위치, 치지직, SOOP, 분석
url: https://persona.love/insight/roblox-friend-owns-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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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내 로블록스 베프는 10살」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다. 어른 크리에이터가 로블록스에서 만난 친구 이야기다. 둘이 공포 게임을 하고, 아이가 무서워하고, 어른이 웃는다. 수백만 명이 봤다.
아이 활동명은 햄토리다. 7월 1일에 그 이름을 단 유튜브 채널이 생겼고, 25일 만에 구독자가 6만 1500명이 됐다. 올라온 영상은 다 합쳐 279만 회를 넘겼다.
로블록스는 그 또래 아이가 어른과 목소리로 대화하는 걸 막아두고 있다. 음성 채팅은 만 13세 이상만 쓸 수 있고, 나이를 적어내는 것만으로는 열리지 않는다. 신분증이나 얼굴 나이추정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6월 16일부터는 계정 등급이 전 세계에 깔려서 9세에서 15세는 Select 계정으로 묶였고, 그 계정은 자기 연령대 이하와만 대화할 수 있다. 두 규칙을 겹쳐 놓으면 열 살은 어른과 채팅 자체가 안 된다.
나가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디스코드 같은 걸 쓰면 된다. 그런데 디스코드는 만 13세부터고 한국은 만 14세다.
어른 계정을 빌리는 방법이 남는다. 로블록스 이용약관은 계정 정보를 남과 공유하지 말라고 하면서 예외를 하나 둔다. 미성년 이용자의 계정에 대한 보호자. 어른이 아이 계정에 들어가는 건 적어뒀고, 아이가 어른 계정을 쓰는 쪽은 적어두지 않았다. 나이를 다르게 적는 방법도 있는데, 같은 약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사실이고 정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실제로 어떤 경로였는지 나는 모른다. 확인된 게 없어서 짐작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규정을 전부 지키면서 그 장면이 나오는 조합은 없었다.
그리고 남는 사실이 있다. 로블록스 안에서는 아이와 어른이 갈라져 있는데 밖에서는 아니다. 아이의 플레이 화면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고, 거기에는 연령 밴드가 없다.
로블록스 커뮤니티에는 이런 게시물이 올라온다. 그 아이가 나오는 영상을 보고 로블록스를 처음 깔았다는 글. 방향을 잘 봐야 한다. 아이가 어른 세계로 나간 게 아니라 어른이 아이 세계로 들어왔다. 로블록스가 세운 벽은 아이가 나가는 쪽만 막고 있다.
출처: BLACK 햄토리 유튜브 채널 (구독자·조회수·설명란 2026.7.26 직접 확인) · Roblox 뉴스룸, 채팅 연령 확인 의무화 (2026.1) · Roblox 헬프센터 연령 확인 안내 (직접 접근 403 · 검색 스니펫 경유) · Roblox 이용약관 계정 공유 조항 (2026.6.24 개정) · Discord 서비스 약관 최소 연령 (한국 만 14세) · ⚠️ "열 살은 어른과 채팅 불가"는 Roblox Select 발표문의 직접 문구가 아니라 음성 요건과 연령대 제한을 겹쳐 도출한 것
## 아무것도 아이 이름이 아니다
어긋남을 만든 게 아이일 수는 없다. 열 살은 그 계정을 자기 이름으로 가질 수 없는 나이다. 나이가 다르게 적혔든 어른 계정을 빌렸든,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방송 쪽도 마찬가지다. 치지직 스튜디오 이용약관은 만 14세 미만과는 계약을 맺지 않는다고 적어놨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 신청할 수 있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고, 작년 7월부터 전 세계에서 만 16세 미만은 혼자 라이브를 할 수 없다. 성인이 화면에 보이게 함께 있어야 한다. 틱톡은 라이브 호스트를 만 18세 이상으로 못 박았다.
아프리카TV를 이어받은 SOOP만 다르다. 여기는 만 14세 미만도 방송을 할 수 있다. 약관이 만 14세 미만도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으면 가입할 수 있다고 하고, 아이디 개수까지 따로 정해뒀다. 어른은 두 개, 만 14세 미만은 한 개. 약관이 어린 이용자를 전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방송 쪽은 2019년 공지에 있다. 「주니어 BJ 모여라!」다. 아이가 방송을 시작하려 하면 동의 안내가 뜨고, 주니어BJ 교육 콘텐츠를 이수해야 하고, 법정대리인이 아이핀이나 휴대전화로 본인확인을 한다. 그다음에 열린다.
이 글을 쓰면서 본 것 중 아이가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길을 낸 유일한 사례였다. 막는 대신 조건을 걸어서 들여보낸다. 그리고 7년 동안 아무도 이걸 가져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율지침을 낸 2020년보다 1년 빠른데, 치지직도 유튜브도 트위치도 비슷한 절차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도 문을 여는 건 보호자다.
그렇게 열린 채널은 보호자 것이 된다. 햄토리 채널 설명란에 "영상 편집과 채널 운영 및 관리는 보호자가 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숨긴 게 아니라 밝힌 거고, 지금 구조에서는 그게 유일하게 가능한 방식이다. 유튜브가 작년에 만 13세에서 15세의 단독 라이브를 막으면서 성인이 화면에 보이게 함께 있으면 된다는 규정을 같이 만들었다. 문을 하나 닫으면서 옆에 문을 하나 냈고, 그 옆문은 아이 이름으로 열리지 않는다.
수익도 같다. 구글 애드센스 한국 안내는 만 19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고, 모든 수익은 사이트 책임자인 성인에게 지급된다고 적어놨다. 민법은 아이가 자기 이름으로 얻은 재산을 아이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 조문이 작동하려면 아이 이름으로 들어온 돈이 있어야 하는데, 애초에 그런 돈이 생기지 않는다.
구독자 6만 1500명은 아이가 모은 사람들이다. 게임을 하고 무서워하고 웃어서 모인 사람들인데, 그 6만 명은 보호자가 운영한다고 밝힌 채널에 붙어 있다.
콘텐츠 자체는 더 멀리 간다. SOOP 이용약관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의 저작권이 원래 저작자에게 있다고 해놓고, 같은 조에서 회사와 다른 이용자에게 사용 권한을 준다. 그 부분을 그대로 옮긴다.
> "이용자가 '서비스'에 제공한 '콘텐츠'를 '회사'나 다른 이용자가 녹화/편집/변경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제작한 다음 이를 '서비스'의 다른 이용자들이 시청하게 하거나, 또는 '회사'의 제휴사에 제공하여 그 이용자들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함"
이용 조건은 이렇게 적혀 있다. 매체는 "현재 알려져 있거나 앞으로 개발된 모든 형태"고, 용도는 "상업적 또는 비상업적 이용을 구분하지 않"으며, 권리는 "비독점적, 지속적인 무상의 권리로서 양도 가능하며, 서브 라이센스가 가능"하다.
이 조항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영상 플랫폼 약관은 대체로 이렇게 생겼고, 그래야 클립과 다시보기가 돌아간다. 하중은 다른 데 있다. SOOP은 만 14세 미만의 방송을 허용하니까, 같은 조항이 열 살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같은 약관이 콘텐츠를 지우거나 비공개로 바꾸거나 탈퇴하면 사용 허락을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조항이 이렇게 덧붙인다.

나가도 남고, 남은 걸 미리 지워둘 책임은 나가는 사람에게 있다.
출처: 「치지직 스튜디오 이용약관」 제5조 (2025.10.30 적용) · SOOP 이용약관 제6조·제9조·제22조·제16조 (시행 2026.7.20 · 원문 확인) · SOOP 공지 「주니어 BJ 모여라!」 (2019.1.10) · YouTube 라이브 스트리밍 정책 (2025.7.22 시행) · TikTok LIVE 연령 요건 · Google 애드센스 한국 안내 · 민법 제916조 · 채널 설명란·구독자 수 (2026.7.26)
## 돌려달라고 말할 창구
여기까지는 상태에 관한 이야기다. 계정도 채널도 수익도 어른 이름으로 되어 있다는 것.
문제는 그다음이다. 부모가 그걸 안 넘겨줄 때 아이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질문을 세 가지로 나눠봤다. 부모가 채널을 넘겨주지 않는 경우. 돈이 된다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걸 시키는 경우.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못 하게 하는 경우.
세 번째는 확인할 방법이 아예 없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서 부모의 51.6퍼센트가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제한한다고 답했지만, 그 조사는 제한 여부만 세고 이유와 결과는 세지 않는다. 부모가 껐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앞의 둘은 법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민법을 찾아봤다.
민법은 친권의 상실이나 일시 정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한다. 청구할 수 있는 사람 목록에 자녀가 들어 있다. 2014년에 개정되면서 들어갔고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법은 부모가 틀릴 수 있다고 이미 가정하고 있었다. 아이 몫으로 권리를 만들어뒀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런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있었다.
문제는 그 권리를 어떻게 쓰느냐다.
가사소송 절차는 민사소송법을 따른다. 그 조문이 이렇게 되어 있다.

그 법정대리인이 상대방인 부모다.
우회로가 없지는 않다. 특별대리인을 세우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 친족, 이해관계인, 지방자치단체의 장, 검사이고 아이 본인은 거기 없다. 민법에 있는 또 다른 특별대리인 조항은 더하다. 선임을 청구하는 주체가 친권자 본인이다.
같은 모양이 한 번 더 나온다.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법정대리인이다. 부모가 올린 것을 지우려면 부모가 요구해야 한다.
아이를 지키라고 만든 장치의 방아쇠를 매번 부모가 쥐고 있다.
그리고 수익 문제로 오면 구멍이 하나 더 있다.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잃게 하는 조문은 따로인데, 그쪽 청구권자는 자녀의 친족, 검사, 지방자치단체의 장 셋뿐이다. 자녀가 빠져 있다. 부모가 채널 수익을 쥐고 놓지 않을 때, 그 권한을 거둬달라고 말할 자격이 아이에게 없다.
이걸 고치려는 시도가 있었다. 법무부가 낸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에 신설 조항이 하나 들어 있었다. 의사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게 하고, 아이의 진술을 듣는 걸 의무화하고, 절차보조인을 두는 내용이었다.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2024년 6월 30일 회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없어서 못 고친 게 아니다. 고치려 했고 두 번 죽었다.
다른 나라가 다 이런 건 아니다. 프랑스는 2020년에 아동 인플루언서를 다루는 법을 만들면서 삭제권 조항에 친권자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미국 일리노이는 2024년부터 아이가 채널 운영자를 상대로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게 했다. 통상 그 운영자는 부모다.
우리 쪽 잊힐 권리는 반대 방향으로 서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우개 서비스는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만 지워주고, 만 14세 미만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에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아이가 저지른 것은 지워주고 부모가 아이에게 저지른 것은 안 지워준다.
출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STAT Report 24-06」 (2024.3.30, 김윤화 · 2023년 한국미디어패널조사 기반 · 조사 4,077가구 9,757명, 해당 항목 표본 809가구) · 민법 제924조·제924조의2·제925조·제926조·제921조·제916조 (2014.10.15 개정, 2015.10.16 시행) · 민사소송법 제55조·제62조 · 가사소송법 제12조 · 법무부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 제28조 (20대·21대 폐기 · 21대는 2024.6.30 회기종료) · 개인정보보호법상 14세 미만 법정대리인 권리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지우개 서비스 대상 요건 · 프랑스 loi Studer (2020.10.19) 제6조 · 일리노이 SB 1782 (2024.7.1 시행 · 제소 시점은 출처마다 달라 미확인)
## 트위치를 다시 읽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주 트위치 발표 때문이었다.
7월 22일, 트위치가 처음으로 부모 통제 기능을 열었다. 만 13세에서 17세 자녀의 계정을 부모 계정에 연결하면 방송 송출을 막을 수 있고, 개인 메시지를 끄고, 이용 시간을 걸고, 도박이나 성인 게임 같은 분류를 가릴 수 있다.
문서를 열어보니 연결을 시작하는 쪽이 부모가 아니었다. 헬프센터에는 청소년이 링크를 만들어 부모에게 보낸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양쪽 다 언제든 연결을 끊을 수 있고, 아이가 끊으면 부모에게는 메일이 한 통 간다. 트위치는 이 기능을 optional이라고 적었다.

발표 당일 Dexerto가 정확히 지적했다. "Either person can also unlink the accounts at any time, meaning the restrictions cannot be permanently enforced by a parent." 부모가 영구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들도 대체로 부모 입장에서 불완전한 도구로 다뤘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읽었다. 이름만 위임이지 실속이 없다고.
지금은 다르게 읽는다. 법이 아이에게 준 권리는 아이 혼자서는 쓸 수 없는 것이었다. 청구는 할 수 있는데, 그 청구를 부모를 통해서 해야 했다. 그런데 트위치가 만든 이건 아이 손에 있다. 부모가 걸어둔 제한을 아이가 스스로 풀 수 있다. 이 리서치를 하면서 본 것 중에 아이가 혼자 쓸 수 있는 장치는 이것 하나였다.
그리고 아무도 그걸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방어권을 준 유일한 장치를 세상은 결함이라고 불렀다.
한국은 이 자리를 이미 한 번 지나왔다. 2011년에 국가가 심야 게임 접속을 막으면서 든 근거가 "가정 및 학교 등의 자율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였고, 2021년에 그 조항을 지우면서 든 근거가 "청소년과 가족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였다. 그 사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낸 것도 이름이 자율지침이었다. 옮길 때마다 자율이라고 불렀는데, 그 자율의 주어 자리에 아이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출처: Dexerto (2026.7.22) · Tubefilter (2026.7.22) · Twitch 뉴스룸·헬프센터 원문 (2026.7.26 확인) · 청소년 보호법 개정 (법률 제10659호·제18550호) 제개정이유 ·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 지침」 (2020.6.30)
## 아이 것인 건 하나뿐이다
계정은 어른 이름이고, 채널도 어른 이름이고, 수익은 성인 계좌로 가고, 얼굴과 목소리가 어디로 도는지 아이는 정하지 못하고, 지우려 해도 자기가 올린 게 아니라 대상이 아니다. 구독자도 어른 이름으로 된 채널에 붙어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남는 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말해본 감각.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지켜본 시간. 무서운 걸 무섭다고 말하면 사람이 모인다는 발견. 이건 몸에 붙어서 아무도 떼어갈 수 없다.
AI가 일의 모양을 흔드는 중이다. 어떤 자격이 몇 년 뒤에도 값이 나갈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 시대에 남는 건 일찍부터 하고 싶은 걸 해본 축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들어봤고, 틀려봤고, 사람이 모이는 걸 봤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도 봤다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자고 말하고 싶은데, 그렇게만 말하면 순진해진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고를 것이 실제로 있어야 하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통제는 대개 두 번째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폭을 넓히면 노출도 넓어진다. 이 글의 첫 장면이 정확히 그 대가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했더니 어른 수백만이 봤고, 어떤 어른은 그 아이를 보려고 새 계정을 만들었다.
그러니 열어주자는 말로는 부족하다. 여는 만큼 무엇을 같이 만들 것인지가 빠져 있다.
한 가지는 짚어두고 싶다. 아이가 판단을 못 해서 이 자리에 놓인 게 아니다.
로블록스 연령 확인이 시작됐을 때 아이들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한 이용자가 얼굴 인식을 통과한 방법을 적었다. 머리카락을 얼굴 앞으로 내려 수염 모양을 만들었다고. 그리고 끝에 이렇게 붙였다. "FYI I am 15." 참고로 저는 열다섯입니다. 좋아요는 1개였다.
다른 열네 살은 이렇게 썼다. 무엇이 포식자가 자기 계정에서 허가를 켜서 채팅을 열어주는 걸 막느냐고. 부모의 허가라는 절차가 그 사람이 부모임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걸 열네 살이 스스로 짚었다. 내가 읽은 어떤 기사보다 정확했다.
유엔도 물어본 적이 있다. 아동권리위원회가 2021년에 낸 일반논평 25호에는 아이들이 직접 한 말이 들어가 있다. 어른의 접근이 징벌적이거나, 과도하게 제한적이거나, 발달하는 역량에 맞지 않다고 느낄 때 더 많은 지지와 격려를 원한다고 답했다는 대목이다. 같은 문서 77항은 부모나 보호자 자신이 아동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를 조문에 적어뒀고, 86항은 보호와 발현 중인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지원해야 하며 이는 금지나 통제보다 우선한다고 쓴다.
물어본 기록이 있고 답한 기록도 있다. 그 답이 제도에 닿지 않았을 뿐이다.
출처: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25호 (2021) 77항·85항·86항 · Roblox 관련 커뮤니티 게시물 (참여지표 포함 · 2026.7 확인)
## 남는 질문
답은 나도 모른다.
연령 확인은 진짜로 어려운 문제다. 아이를 지키려면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데, 신원을 확인하려면 얼굴을 받아야 한다. 로블록스가 그 길로 갔고 절반 넘는 이용자가 얼굴을 냈다. 호주는 작년 12월부터 만 16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법으로 막았는데, 부모가 동의해도 열어줄 수 없게 만든 그 법 아래에서도 3개월 뒤 열 명 중 일곱은 계정을 갖고 있었고 피해 신고는 줄지 않았다. 그러니 더 세게 막자는 결론으로 이 글을 읽으면 정반대다.
다만 이건 보인다.
우리가 만들어둔 것들은 전부 부모가 옳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계정을 여는 것도 부모를 거치고, 돈이 들어오는 것도 부모를 거치고, 올라간 걸 지우는 것도 부모를 거치고, 부모와 다투겠다고 법원에 가는 길조차 부모를 거친다. 그 가정이 맞는 집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 대부분의 집이 그럴 것이다.
문제는 틀렸을 때다. 틀렸을 때 아이 쪽에 남는 게 없다.
그리고 부모가 나쁜 사람이어야만 틀리는 게 아니다. 열 살이 로블록스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그 집 어른보다 그 아이가 더 잘 알 수도 있다. 그런 영역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몇 년 뒤에 무엇이 값이 나갈지 어른이 아이보다 잘 안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판단하는 자리를 전부 어른 쪽에 뒀다.
열 살짜리가 게임을 하고, 무서워하고, 그걸 보러 어른들이 모인다. 그 아이는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 것이다. 그건 아이 것이다. 아무도 못 가져간다.
문제는 그 배움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채널이 생겼고, 사람이 6만 명 모였고, 영상이 279만 번 재생됐고, 돈이 오간다. 아이가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중 어느 것에도 아이의 권한이 없다. 넘겨달라고 할 수도, 그만두겠다고 할 수도, 지워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 권한이 없는 이유는 하나다. 아직 어리다는 것.
어리니까 계약을 못 하고, 어리니까 계좌를 못 열고, 어리니까 소송을 못 하고, 어리니까 지워달라는 말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하나하나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걸 전부 합쳐 놓으면, 자기가 만든 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어리다는 이유로 이런 권한을 아예 가질 수 없게 해둔 구조가 옳은가. 나는 그게 이 글에서 가장 묻고 싶은 것이다.
미성년인 동안은 어렵다는 걸 인정한다 해도, 성년이 된 뒤에는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길이 있는지 찾아봤다.
있었다. 민법은 친권자의 권한이 소멸하면 그 자녀의 재산에 대한 관리의 계산을 하여야 한다고 적어놨다. 아이가 성년이 되면 그동안의 관리 내역을 정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조가 이렇게 이어진다.

그 재산에서 나온 수익은 키우는 데 든 비용과 맞바꾼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맞바꿈에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적혀 있는데, 재산을 준 제3자다. 자녀 본인은 거기 없다.
시효도 같은 쪽으로 기운다. 시효를 멈춰주는 조문이 있는데, 미성년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을 때만 작동한다.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있으면 시간은 그냥 흐른다.
나는 법률가가 아니고 조문을 읽은 것뿐이다. 이 조문들이 채널 수익 같은 것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애초에 애드센스는 돈을 성인 계좌로 넣으니 계산할 아이 명의 재산이 생기지도 않는다.
다만 조문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 이 글이 계속 마주친 모양이 또 나온다. 길은 적혀 있고, 그 길에 아이 자리가 없다.
그러니 바라는 건 크지 않다. 어릴 때 스스로 못 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인다면, 성년이 되어 돌아볼 창구만큼은 아이 이름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자기가 만든 것이 어디에 어떻게 쌓였는지 묻고, 정산을 요구하고, 지워달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른의 선의에 맡길 일이 아니라 적혀 있어야 하는 일이다.
열 살은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스물이 된 그 사람도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다.
출처: 민법 제923조(재산관리의 계산) 제1항·제2항 · 민법 제179조(제한능력자의 시효정지) · 호주 Online Safety Amendment (Social Media Minimum Age) Act 2024 Part 4A 및 시행 3개월 리뷰 보도 · Roblox 얼굴 나이추정 채택률(2026 Q1 주주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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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사실관계는 플랫폼 약관과 헬프센터 원문, 법령과 제개정이유, 유엔 문서를 직접 확인해 작성했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쓰지 않았다. 특히 열 살 이용자가 실제로 어떤 경로로 음성 대화를 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어 규정만 적고 결론을 내지 않았다. 등장하는 채널과 이용자를 비판할 뜻은 없다. 이 글이 겨냥하는 것은 아이가 자기를 지키겠다고 나설 때 그 창구를 상대방 손에 쥐여둔 구조다.
배너 이미지는 밤으깡 유튜브 채널의 영상 화면을 갈무리해 편집한 것이다. 화면에 표시된 게임 내 계정 닉네임은 가렸다. 미성년자의 계정을 더 찾기 쉽게 만들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